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2.28 뉴스1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전날 컷오프(공천 배제) 결정이 내려진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친명(친이재명) 지도부에 “서울 중·성동구갑에 대한 전략공관 위원회의 추천 의결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최종 거취는 최고위원회의 답을 들은 후에 다시 말씀드리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여느 때처럼 이날 저녁 6시 왕십리역 광장에 나가 저녁 인사를 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와 최고위원회에 묻고 싶다”며 “정말 이렇게 가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통합을 위한 마지막 다리 마저 외면하고 홀로 이재명 대표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하나일 때 승리했다”며 “명문(明文)의 약속과 통합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 폭정을 심판하기 위한 기본 전제”라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은 “이번 선거는 질 수 없는 선거이고 져서도 안되는 선거다.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우리는 모두 씻을 수 없는 죄인이 된다”며 “아직 늦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방향을 바꿀 시간이 있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대선 시기 민주당 서울시당, 광주시당으로부터 선거 지원 유세를 뛰어달라는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있다”며 “흔쾌히 수락했으나 대선캠프가 거절해 움직일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친명(친이재명), 친문(친문재인) 갈등이 파다해 선거에 경고등이 켜진 터라 그 거절을 납득하기 어려웠다”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호소하는 것 외에 달리 (선거 지원 유세에) 참여할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 믿었다”며 “양산 회동에서 이 대표가 굳게 약속한 명문(明文) 정당과 용광로 통합을 믿었다”고 했다. 이어 “그저 참담할 뿐”이라는 심정을 밝히며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며칠이고 모여 앉아 격론을 벌여달라”며 “단결과 통합을 복원하고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그리고 이재명을 지지했던 마음들을 모두 모아 달라”며 “그것만이 승리의 길이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날 오후 6시 왕십리역 광장에 방문하겠다는 일정을 밝히며 “당원동지, 지지자, 성동구민 그리고 지난 공천 과정에서 상처받고 아프고 지친 분들 누구라도 만난다면 서로 보듬어주며 치유하고 통합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우리가 얼마나 민주당을 사랑하는지 뜨거운 마음을 확인하려 한다"고 했다.

임 전 비서실장은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서울 중·성동갑은 강남 3구를 제외한 민주당의 대표적 약세 지역 중 하나”라며 “중·성동갑에서 확실하게 승리하기 위해 이 총선에 나선 것. 나아가 감동이 있는 통합을 통해 반드시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권 경쟁에서 친문(친문재인) 장악을 우려해 이런 결정이 이번에 내려졌다’는 의견에 대해 “총선이 잘못되면 어찌 보면 모든 것이 끝나는데 과연 이 총선을 패배하고도 민주당 간판을 유지할 수 있을지 조차 알 수 없다”며 “그게 무슨 의미 있는 이야기겠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임 전 실장은 ‘예비후보 등록 이후 이날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얘기를 나눈 바 있나’는 기자의 물음에는 “다음에 답변을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홍영표 의원이 전날 의원 총회에서 멸문 정당이 되고 있다고 발언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이해찬 전 대표도 (임 전 실장의 공천 배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는데 들은 바 있나’ 등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한편,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 통보를 받은 5선의 설훈 의원(경기 부천을)은 같은 날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이제 민주당은 민주적 공당(公黨)이 아니라 이 대표의 지배를 받는 전체주의적 사당(私黨)으로 변모됐다”며 “이 대표는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과 측근과만 결정하고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들을 모두 쳐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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