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가꿔나가자…한미동맹은 핵심축"
당일 조율 거쳐 전격통화…대면 불발엔 "대만 前인 2주전 결정, 中 의식 아냐"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이동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4일 방한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40분간 통화하고 한미 동맹의 전략적 중요성에 공감했다.

애초 지방행을 염두에 뒀던 대통령의 휴가와 펠로시 하원의장의 방한 일정이 겹치면서 처음부터 면담 일정은 예정돼 있지 않았다. 결국 방한 이튿날인 이날 오전 조율을 통해 회담에 준하는 통화가 진행됐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40분간 서초동 자택에서 펠로시 하원의장과 통화했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협력, 글로벌 경제위기 속 공급망 대응 등 여러 경제안보 현안이 논의됐다.



윤 대통령은 통화에서 펠로시 의장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해온 것을 높이 평가하며 "한미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발전을 위해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고 대통령실이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이에 펠로시 의장과 미 의회 대표단은 역내 평화와 안전을 위한 핵심축으로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한미동맹 발전을 위해 미 의회 차원에서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미측에서는 펠로시 의장 외에 이번 방한에 동행한 미 연방하원 의원단과 필립 골드버그 신임 주한미대사 등 5명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일행의 방한 계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 일정을 언급하며 "이번 펠로시 일행의 방문이 한미간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한미동맹에 대해 "워싱턴에서 최근 '추모의 벽' 제막식이 거행됐듯이 수십년에 걸쳐 수많은 희생으로 지켜온 평화와 번영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가꿔나갈 의무가 있다"며 "한미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가꿔나가자"고 제안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서방 진영이 중국을 견제할 때 사용하는 관용구로 통상 여겨진다. 다만 직접적인 중국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대통령실 측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전화통화에 배석한 미 의원단에 "각 지역구에 코리안 아메리칸 한인들에게 특별히 배려해달라"고도 당부했다.

대통령실은 2주 전 미측으로부터 윤 대통령 면담 의사 타진이 왔으나 지방 방문을 계획했던 윤 대통령의 휴가와 기간이 겹쳐 무산됐으며, 이날 통화는 오전 펠로시 의장 측에 의사를 타진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면담 무산) 이후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계획을)을 포함해 미·중 간 현안이 발생했다. 우리가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중국을 의식해서가 아니다"라며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와중에 일부러 면담을 피했다는 일각의 해석을 부인했다.

통화 계획이 이날 오전에 갑자기 언론에 공지된 데 대해서는 "대통령이 전화라도 따뜻한 인사를 하고 싶다는 의향을 오늘 아침 일찍 타진했다"며 "그 말을 듣자마자 펠로시 하원의장이 흔쾌히 감사하다며 같이 온 사람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다해 꽤 긴 통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중 갈등의 중심에 놓인 펠로시 하원의장의 동아시아 순방에 대해 "중국과는 기존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논의와 한중간 이어진 공급망 발전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다음주 화요일에 한중외교장관도 열린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국만 바라보고 우리가 반도체 공급망과 인도·태평양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중국과 미국, 일본 등 한반도 모든 외교 관계에서 우리의 전략과 목표에 따라 충분히 긴밀한 입체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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